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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대는 것의 중요성
    Essay/Thoughts 2019. 8. 25. 14:39

    결국 무슨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응원과 지지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하나하나 체감하고 있다. 응원과 지지를 얻으면 힘이 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응원을 얻기 위해 힘을 내는 경우도 생기니까. 새해의 다짐한 내용들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남을 위한' 약속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오래전에 읽은 내용이라 헷갈리지만 얼추 이 내용이었던 것 같은 NYT의 The Only Way to Keep Your Resolution)

     

    비슷한 원리로, 요즘 하고 싶은 목표나 지향점이 있으면 열심히 다른 사람들한테 떠벌리고 다니고 있다. 내가 이렇게 선언하고 다녔으니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래의 내가 억지로 하겠지, 이렇게 보증수표 만드는 느낌으로? 물론 이게 효과가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신용과 평판이 필요하고 (그래서 별로 안 친한 사람일수록 의외로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그냥 가볍게 떠벌리는 느낌이 아니라 진지함을 담아서 말해야 한다. 나를 무시해? 증명해보이겠어! 오기로 달려들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경험상 별로 효과가 좋지 않았다. 굳이 나를 무시하는 사람 앞에서 억지로 증명해보이는 것보단, 이미 나를 믿는 사람들한테 그 믿음을 공고히해주는 게 누구나 더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코딩을 공부해서 나중에 직무를 전환할 거다'라는 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다. 일단 나부터가 첫 취직부터는 문과 직무를 생각하고 있었고 (주변의 조언도 구해보고 나도 많이 고민해봤지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는 장기 목표인 상황에서 단기적 과제인 자소서나, 인적성이 더 눈에 밟혔다. 그런 와중에 매일매일 꾸준히 하고 있지도 않은 코딩을 남한테 얘기한다니. 스스로 생각했을 때 조금 한심했다.

     

    처음에 나는 나중에 개발자가 될 거다, 라고 말한 건 솔직히 흥분해서 말이 새어나갔을 때였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사람은 조금 들뜬다. 특히 그때는 붙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고시 1차에서 떨어진 후였다. 실수처럼 내뱉은 말이었지만, 말의 힘이 있어 남에게 말하다 보면 나도 믿게 되는 것 같다.

     

    생활코딩도 시작해보니 별 거 아니여서 1시간 정도에 WEB 1 과정을 마칠 수 있었고, 그 다음인 CSS도 어렵지 않았다. 티스토리에 간략히 적어놓은 토막글도 슬랙 스터디에 가입해서 업로드하자 괜찮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모두 시간과 노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나대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도움도 얻게 되었다. 실제로 취준 스터디에서 개발 직군을 언급한 후, 누군가는 삼성전자에서 학교에 SW 직군 멘토링을 왔을 때 당일날 시간과 장소를 링크로 보내주며 내가 놓칠 까봐 걱정해주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 사람의 PT를 도와주기 위해 리뷰를 해주고, 내가 참석했던 PT 멘토링 자료를 보내준 적이 있다. 아무튼 나는 내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산다. 이 도움을 되갚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문제거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해결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결론은 나대는 것이 중요하고, 이 때 '나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섣불리 참견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 욕망과 필요를 솔직히 드러내라는 뜻이다. 나는 아직도 이 부분에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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