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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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연세 109호)Essay/Column 2019. 7. 7. 01:34
연세대학교에 처음 소속감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을까. 수시발표 날, 빽빽한 수험번호들 사이에서 내 이름을 발견했을 때? 당시 정모와 비정모를 주선하던 싸이월드 클럽에 가입했을 때? (다음 해부터는 페이스북 그룹으로 대체되었다.) OT에서 응원가를 처음 배우며, 낯선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랑한다 연세’를 외쳤을 때? 한참 과잠을 입고 다니던 3, 4월, 멀리서 보이는 Y자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괜한 친근감을 느꼈을 때? 아카라카 날, 노천극장 꼭대기에서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을 보며 그 열기에 감탄했을 때? 지금은 연세 ‘뽕’이 한참 전에 빠져나가 학교에 대한 원망밖에 남지 않은 3학년이지만, 1학년 1학기까지는 ‘연세’가 붙는 모든 단어와 거기에 조금이라도 속해있는 모든 사람에게 즉각적인 친밀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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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 '프로듀스101' 비평 (연세 108호)Essay/Column 2019. 7. 7. 01:00
특기는 도깨비 성대모사, 취미는 분리수거. 실력을 어필해야 할 개인 소개 영상에서 거대한 상어 인형을 뒤집어쓰고 나와 꿈틀거리는 김소혜는 이상하다. 계속되는 지적에도 씩씩하게 대답하며 밤새 연습하고, 그런데도 가사를 완전히 틀려버리고, 이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서 틀린 가사를 유행어로 만들기까지 한다. 이런 ‘이상한’ 김소혜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결과적으로 101명의 연습생을 통틀어 가장 낮은 실력을 갖추고도 5위에까지 올랐고, 안정적으로 최종 결성팀 IOI에 합류했다. 최유정은 김소혜에 비해 완성된 ‘성장형’ 캐릭터이다. 첫 번째 평가에서 거의 최하위 성적인 D를 받은 그는 작은 키에 눈에 띄지 않는 외모, 결정적으로 경쟁과는 맞지 않아 보이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평상시의 최유정을 ‘쭈글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