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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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Essay/Review 2020. 4. 8. 20:57
우리가 백신의 효과를 따질 때 그것이 하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만 따지지 않고 공동체의 집합적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까지 따진다면, 백신 접종을 면역에 대한 예금으로 상상해도 썩 괜찮을 것이다. 그 은행에 돈을 넣는다는 건 스스로의 면역으로 보호받을 능력이 없거나 의도적으로 그러지 않기를 결정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집단 면역herd immunity의 원리이고, 집단 접종이 개인 접종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은 바로 이 집단 면역 때문이다. ... 우리는 제 살갗으로부터보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로부터 더 많이 보호받는다. 이 대목에서, 몸들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혈액과 장기 기증은 한 몸에서 나와 다른 몸으로 들어가며 몸들을 넘나든다. 면역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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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Essay/Review 2020. 3. 23. 23:03
오늘 퇴근하고 서점에 잠깐 들렸다가 여러 번 추천을 받은 책 을 한 챕터 읽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매우 아름답고 깔끔하게 설명한 책이었는데 거기에 감동받았다가 새삼 내가 관념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음. 아인슈타인의 번뜩이는 깨달음은 즉, 공간에 전자력이 작용할 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가 자기장이라는 것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Space가 Field가 되는 것이다. 공간은 작용하는 전자기력에 의해서 둥그렇게 휘며, 이런 공간의 특성 때문에 빛이 굴절하고 지구가 공전하며 시간은 속도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내가 감동받은 포인트: Space가 Field가 되었다는 말이 왜 이렇게 좋지? 한국어로는 이 어감이 표현이 안 돼. 그래서 잘 배운 외국어는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부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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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Essay/Review 2019. 12. 29. 21:20
팀장님이 추천한 첫 번째 책 📚 목차를 읽어보는 순간 '와, 정말 무서운 분이다'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신입사원한테 이 책을 추천해주신 이유는 1) 경고의 의미 2) 기대의 의미 둘 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책의 내용을 소화하고, 성숙하게.. ㅎㅎ 수용할 거라는 믿음이 있단 거겠지? 이건 주변적인 주제일 거라 생각하지만, 골프를 배워야 할지 고민된다. 회사 근처에 골프연습장이 있긴 하던데... 관련해서 쓰자면 팀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일을 잘하는 사람은 각각의 방식이 있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은 다 비슷비슷하다는 거다. 일단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 중간보고가 없으며, 삽질을 하더라도 자기 혼자 해서 남이 도와줄 수 없게 만든다. 실패를 줄이는 것보다, 차라리 빠르게 실패하고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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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Essay/Review 2019. 7. 7. 01:05
나는 굉장히 성취 지향적인 사람이다. 휴일날 집에서 드라마를 보거나 친구와 잡담을 하는 사소한 시간마저도 '미래를 위한 유익한 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내가 관심 있는 직업군이 나오는 드라마를 본다거나, 나보다 알차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과 친해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실 습관 같은 거라서 이렇게 매사에 재고 따지지 않는 식으로 사는 법을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하고 있을 때면 내가 좀 느슨해져야겠다 싶으면서도, 이뤄낸 것 없이 나이만 먹는 현실에 곧 초조해져 버리니까. 그렇게 자기계발을 위해 학교 도서관에 들렸다가, 이 책의 제목이 괜히 시비 거는 것 같아서 집어 들었다. 나 안 집어들 거야? 너 잘못 살고 있다니까? 하고 약 올리는 것만 같은 제목. '너무 바쁘다면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