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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에 익숙해지기: 리듬감과 분해
    회고/직장 2020. 5. 30. 10:13

     

    주말을 맞아 노션에 담아놓고 방치하고 있던 좋은 글을 리뷰하려고 한다.

     

    https://www.civiledu.org/m/1490

     

    [생활이야기] 일의 기대 및 실제 속도에 대한 감각

    1. 두 가지 종류의 일 : 루틴성 일과 비루틴성 일 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육체와 정신의 동작을 요하며 시스템이나 관리자에 의하여 그 동작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단�

    www.civiledu.org

     

     

    일의 리듬감

    일의 속도가 중요한 이유.

    지나치게 빠르게 해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느리게 해도 일의 리듬감을 해치게 된다.

    일을 지나치게 느리게 해서 (iii) 리듬감이 사라지게 되면, 뇌가 놀고 있게 되어 다른 생각들이 불쑥불쑥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수행하고자 하는 과제와 무관한 외부의 자극이나 내적 충동에 아주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일이 훨씬 지루하게 느껴지므로 조금이라도 곁길로 새도록 유도하는 외적 단서(external clue)나 내적 단서(internal clue)가 생겨도 그냥 바로 굴복하게 된다. 특히 일의 진행이 지나치게 느리게 되면 심리적으로 만족을 느끼는 최소 단위의 일의 완수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 감각은 상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최소단위들의 완수의 감각은 계속 흐름을 이어서 다음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뭐든지 빨리 빨리 하자는 주의라, (생각도 빨리 하고 말도 빨리 하는 편) 가끔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추자면 딴생각이 계속 나고 지루해질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의 리듬감과 내 리듬감이 다르게 때문이나 보다.

    그래서 영상보다 책이 훨씬 편하고 능률이 좋은 편.

    과업을 쪼개기

    과업 속도를 함부로 작정하고 기대해서는 안 되며, 특히 과업 전체를 하나의 고정된 덩어리로 보고 거기에다가 외부에서 주어진 마감에 맞춰 처리 속도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과업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수많은 부분사항들로 이루어진 복합체로 보는 것이 낫다. (...) 따라서 과업 수행은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절대적인 수준이 있는 외부에서 부과된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 구조와 순서를 파악하여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덜 강조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주도적인 사업이다.

    일을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토막내서 하나씩 하라! 라는 말은 정말 많이 들어왔고 개인적으로도 공감하는 말이었는데. 이렇게 명료하게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한 글은 처음이다. 일을 토막내야 '주도성'이 창출되기 때문이라니. 생각해보니 일을 단계별로 나누는 순간, 거기에는 내 기준과 우선 순위가 개입되어 주도적으로 성격이 변하는구나. 미처 의식하지 못했는데 맞는 말 같다.

     

    그리고 이게 간단한 일 같아도 회사에 '일잘러'와 '일못러'가 구분되는 이유겠지. 회사일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마련이고, 루틴적 일들도 마감기한이 얽혀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비루틴적 일이 되어 버리니까. (글에 루틴적 일과 비루틴적 일에 대한 정의가 나옵니다)

    이 타이밍에서 보는 최강창민 어록

     

    그래서 어떻게 과업을 쪼갤 것이냐. 여기서 주는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1) 익숙해지기와 과업조절 파라미터 파악

    과업의 구조와 순서, 그리고 구성부분별 수행의 질이나 양(이를 '과업조절 파라미터'라고 할 수 있다)을 파악하기 위해 과업에 익숙해지는 기간이 필요함을 안다.

    (2) 가늠된 구조에 따른 시행착오 - 파라미터의 재구성 및 세부전략의 수립

    일을 하다보면 과업조절 파라미터를 다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말:

    여기서 주된 지침은 "일의 본질적 부분은 하면서 일을 얼마나 쉽고 간단하게 수행할 것인가"이다.

    장인정신은 금물이다. 장인정신은 과업을 자신이 주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객관적인 요구의 덩어리로 보는 사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복합과업은 앞서 말했듯이 객관적 요구의 덩어리가 아니다. 거기에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여러 파라미터들이 있다.

    직장에서 일을 고지식하고 완벽주의적으로 하는 선배가 있는데 볼 때마다 조금씩 답답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신경써도 되지 않아도 될 디테일'과 '중요한 사항'을 구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모든 실무에 선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는 일단 일을 완벽하게 끝내놓고 보는 스타일이다.

    (3) 일의 핵심 뼈대를 완성해놓고, 추가로 살을 붙이기.

    일단 핵심 80%는 완성해놓고, 나머지 20%는 유동적으로.

    경험상, 첫 80%를 완성하는 일과 나머지 20%를 채우는 일은 비슷하게 걸린다. 결코 후자가 더 쉽지 않다...

    이 방식에 의하면 과업수행의 완전한 실패는 없게 된다.

    (4) 최후에 등장할 수도 있고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장인정신

    장인정신은 최후의 순간에만 등장하게 된다.

    (5) 비슷한 과업 몰아서 하기, 시간 단위 설정하기, 눈 감기와 공책 쓰기

    - 눈을 감으면 피로를 덜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루틴한 일에서만 통하겠지만)

    - 공책에다 간단한 뼈대를 정리한다.

    - 각 스텝에 시간 단위를 부여한다. 15분 미만의 짤막한 일로 쪼개도록 한다.

    - 비슷한 리듬감의 과제들을 몰아서 한다.

    일을 즐기는 법

    이러한 접근 전략을 쓰면 과업을 수행하는 시간이 한낱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중간 일의 완수의 충족감도 느끼면서 이런저런 전략도 시행착오로 검사해보고, 또 새로운 전략도 수립해보고 하는 일종의 게임과 같은 과정이 된다.

    모든 정신 활동을 딱 두 가지로 줄이자.

    주도적 정신 활동. 쾌락.

    과거에 대해 곱씹고,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후회하는 시간을 없애자.

    현재를 사는 사람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한다. 그러나 현재의 과업으로서만 그렇게 한다.

    어제 끝냈던 일 하나가 생각난다. 초기에는 내 사수인 차장님께 할당된 일이었는데, 면담을 하다가 어쩌다가 나한테 그 일이 넘어왔다. 간략한 경쟁사 리서치였는데, 처음에는 쉽게만 보였지만 해당 기술 및 우리 기술에 대한 원리를 이해해야 명확하게 리서치가 가능했기에,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었다. 최근에 분사한 회사라 인터넷에도, 홈페이지에도 자료가 거의 나와있지 않았고, 해당 홈페이지에 기재된 논문은 문과생에다 신입사원인 나한테는 난해하기만 했다.

    주변 R&D 대리님들께 우리 기술 스펙과 해당 경쟁사 기술에 대한 의견을 여쭤보고, 어쩌다 마주친 관련 부서 부장님이랑 수다를 떠는 시간을 가진 후에야 대략적으로 그 원리가 이해되었다.

    들인 품에 비해 아웃풋이 엄청난 것도 아니었다. PPT 장표 한 장과 메일에 쓴 네다섯 줄 정도가 끝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한 후에야 그 정도의 짤막한 요약이 가능했기에, 주변 분에게 여기저기 여쭤봤던 게 분명한 수확이 있었다.

    왜 이 얘기를 했냐면... 처음에 '아 경쟁사 리서치네, 간단하네!' 하고 한 뭉텅이로 넘기지 않고,

    1. 홈페이지와 논문 읽어보기 2. 뉴스 & 구글 리서치 3. 파트너사 홈페이지 훑기 4. 이해 안 가는 기술 부분 R&D분께 여쭤보기

    등등의 토막내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일을 제 때에 끝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막상 다른 분들의 의견을 구하고, 홈페이지를 읽어 보니, 딱히 견제할 필요 없는 회사라는 결론이 났다. 거기서 얘기하는 기술 또한 아주 기본적인 테스트를 거친 상태이며, 2023년에야 양산 일정이 잡혀 있었다. 또한 출력 범위 또한 우리 제품과 전혀 겹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장인 정신을 발휘할 필요 없는 일이었다.

    만약 논문 하나를 내 힘으로 이해해야지! 하고 삽질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관련 모든 구글링 결과를 정독하고 있었다면, 딱히 명확한 끝이 없는 리서치의 특성상 엄청난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절히 이해 안 가는 부분은 다른 분들께 위임하고,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결론을 자체적으로 내린 덕에 기한 안에 마칠 수 있었다.

    사실 메일 수신인에 R&D 전체 팀장님 및 전무, 상무님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며 힘을 주긴 했지만.. 과제 자체만 봤을 때 그렇게까지 삽질하며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명확했다. 간략히 '효율적인 수준'까지 일을 끝마쳐 메일을 보냈고, 관련 부서 팀장님이 보낸 앞으로도 모니터링을 부탁한다는 간단한 코멘트와 함께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결론: 어떠한 일이더라도,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적절하다 생각되는 만큼 일을 쪼개고, 시간을 할당하고, 비슷한 종류끼리 묶어서, 나한테 맞는 적절한 리듬감으로, 즐기면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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