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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Essay/Thoughts 2020. 4. 21. 22:06
학교를 막 졸업할 무렵에는 후회가 많았다. (불과 2달 전의 일이긴 하다.)
왜 나는 좀 더 일찍부터 쓸모있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일관성 있게 진로를 그려나가지 못했을까. 왜 나는 남들 다 하는 학회나 스타트업, 하다못해 대외활동이라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까. 자소서를 쓸 때도, 면접을 볼 때도 회계면 회계, 마케팅이면 마케팅, 꾸준하게 노력을 해온 남들을 보며 새삼 초라해지기도 했다.하지만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내가 쓸모없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내 과거가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나는 대외적으로는 해외영업 일을 하고 있지만, 막연하게 ‘열정’과 ‘영어 실력’ 정도로 허허벌판에 뛰어드는 것이 전부라 생각했던 해외영업은 실은 마케팅과 굉장히 밀접하다.
어지간한 대기업은 해외에 법인이 있거나, 딜러 또는 에이전시에게 위탁하여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기획/마케팅/구매 일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이 해외영업이다.딜러들에게 돌릴 마케팅 자료 또는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일, 회사 SNS를 관리하고 외부 매체로 나갈 기사를 작성하는 일, 타 국가 진출 전략안을 짜거나 리서치를 하는 일, 여러 서비스 업체를 컨택해 견적을 받아 최종 입찰하는 일, 전시회를 기획하고 부스 공사하는 일 등 상당히 방대한 일을 영업이 맡아 하고 있다.
물론 시연 기회를 잡고, 딜러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전통적인 일 또한 아주 중요한 핵심 업무다.
하지만 막연하게 그게 다라고 생각헀던 일이, 내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며, 개인의 역량에 따라 매우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예를 들자면 내가 오기 전까지 해외 에이전시에게 위탁하여 기사를 의뢰하고, 대행 업체에 의뢰하는 이중 구조로 외신 보도가 나갔다면, 영어 기사를 혼자서도 쓸 수 있는 내가 오고 나서는 외신 기사 작성 또한 미주 영업의 일이 된 것 등이 있다.
예전에 인원이 달랑 네 명이었던 학내 교지에서 편집장을 하면서, 참 자기만족 밖에 없는 쓸모없는 활동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잘못된 생각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글을 뽑아 쓰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집중적으로 반영하여 글을 수정하고, 밀도 있게 한 논지를 전개하는 경험은 언제 어디서나 쓸모 있다.
특히 하드한 피드백을 받으며 정신을 단련할 수 있었던 합작 시간이 도움이 참 많이 되었다. (예전이라면 피드백 하나하나에 상처 또는 짜증이 났을 것 같지만 지금은 그게 다 성의라는 것을 안다.)심지어 프로그래머라는 허황된 꿈을 한 달 정도 가지고 생활코딩 등의 강의를 보았던 경험도 도움이 되고 있다.
뉴스레터를 돌릴 때 매우 깨지는 사진 파일을 돌리거나, 안 예쁜 텍스트를 돌리거나 하는 것 대신, 직접 html 코드를 작성해서 이번에 배포하게 되었다.
당연히 사업 팀은 물론 기술 엔지니어들 중에서도 html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혼자서 맨 땅에 해딩하는 기분으로 수많은 구글 문서를 찾아보며 기초부터 배웠다.
(아웃룩에서는 이중으로 막아 놓은 기능들이 참 많아서 조건문을 짜 아웃룩일 경우 vml, xml 코드를 대입하는 등 쌩 노가다가 있었다.)
사실 구독자가 많지도 않은 뉴스레터를 핸드폰 상으로 안 깨지게 하는 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아무튼 혼자서 새로운 걸 배워 나가며 팀에서 나밖에 할 수 없는 결과물을 냈고, 아주 조금이라도 기존의 것을 개선하여 템플릿을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다.
나 하나만 쓸 게 아니라, 이후 다른 뉴스레터에서도 계속 내가 만든 코드를 바탕으로 배포될 수 있으니까.
(다음주에 국내 영업 팀한테 코드를 전수해주기로 했다.)혼자서 브이로그를 해보겠다고 VLLO 어플을 다운받아봤던 경험도 유튜브 홍보영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고 (그냥 만들어본건데 진짜 회사 공식 유튜브에 올라갈 줄은 몰랐다...)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했던 이전 미디어 회사의 마케팅 인턴도 아주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생각보다 포토샵을 자주 만진다. (뉴스레터 작성은 물론 기획안 PPT 작성, 홈페이지 개편 작업, 외부에 배포할 케이스 스터디 자료 등..)
아주 간단해 보이는 이미지 크기 조절 등도 다 이전 회사에서 배운 방법이다. (캔버스 크기 조절과 이미지 크기 조절의 차이 등)내가 정말 남들 다 하는 마케팅 대외활동, 회계 자격증, 학회 활동만 했었다면 이런 걸 할 수 있었을까? (PPT는 더 잘 만들었을 것 같긴 하다..)
결론적으로 그 때 그 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했던 내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도 남들 다 하니까, 하는 초조함 혹은 의무감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활동을 할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무언가에 몰두해야 할 이유.
앞으로 살면서 내가 배울 재밌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요런 마인드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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