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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
    Essay/Review 2020. 3. 23. 23:03

     

    오늘 퇴근하고 서점에 잠깐 들렸다가 여러 번 추천을 받은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한 챕터 읽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매우 아름답고 깔끔하게 설명한 책이었는데 거기에 감동받았다가 새삼 내가 관념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음.

    아인슈타인의 번뜩이는 깨달음은 즉, 공간에 전자력이 작용할 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가 자기장이라는 것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Space가 Field가 되는 것이다. 공간은 작용하는 전자기력에 의해서 둥그렇게 휘며, 이런 공간의 특성 때문에 빛이 굴절하고 지구가 공전하며 시간은 속도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내가 감동받은 포인트: Space가 Field가 되었다는 말이 왜 이렇게 좋지? 한국어로는 이 어감이 표현이 안 돼. 그래서 잘 배운 외국어는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부연하자면 단어 Space는 공간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주란 뜻도 있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 여백, 잉여라는 뜻도 있는데 Field는 자기장 뿐만 아니라 경기장, 어떤 이벤트가 일어나는 장소, 하나의 영역, 현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한 어떤 공간도 팽팽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역동적인 배경이었다는 것.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하루하루가 밋밋하고 평면적일 때가 많은데, 그럴 수록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들을 매일매일 발굴해야겠다. 굳이 돈을 쓰거나 남에게 증명하거나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내 삶을 좀 가볍게 만들어 줄 만한 내 취향의 무언가.

    배우면 배울수록 이과는 문과랑 이어져 있고, 물리학과 수학은 철학과 밀접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좀 알 것 같다. 뭔가 이렇게 관념적인 개념이 물리적인 구체성을 갖는 순간? 이 너무 좋음. 공간이 휘어진대.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한 모든 곳은 무언가로 채워져 있어.

    그러니까 내가 100% 추상적이고 철학적이고 현실에는 실존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현실을 구성하는 실체성을 가지는 것들이라는!  내가 혼자서 하는 고민과 호기심과 흥미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사실 외부와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으며 관찰할 수도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입자라는 그런 감동적인 순간들.

    그래서 사람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만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내 생각이 유일하다는 중2병에서 벗어나서, 남들에게 보이고 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사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남에게 보이고 들린다는 것을 인지하는 어른이 돼나 보다.